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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 인간-미치광이와 연인과 시인들 [생각-이어령]
치킨가라아게
2010. 9. 30. 06:54
사실과 논리에서 일탈한 초현실적인 비합리성의 엇박자의 힘이 있기 때문에 그 이미지와 상징성은 강렬한 감마선을 띠게 된다.
풀은 무엇인가를 붙이는 접착력이 생명이다. 붙지 않는 풀은 풀이 아니다. 그러나 약품을 잘못 혼합하여 붙었다가도 떨어지는 불량 풀이 만들어졌을 때 3M같은 메모지용 풀이 발명된 것이다. 떨어지는 풀의 약점과 역기능을 창조적으로 살리면 종래의 접착제와 전혀 다른 신상품이 태어난다. 붙일 수도 뗄 수도 있는 융통성이 있는 새로운 풀의 발상은 풀이라는 개념 자체를 바꿔놓았으며, 붙다/떨어지다의 정반대되는 대립항의 경계와 그 체계를 파괴한다.
풀이 붙는 것처럼 녹음기는 소리를 기록하는 작용을 한다. 그런데 공장장이 우연히 한 공원이 녹음기에서 녹음장치를 떼어내고 대신 재생장치를 첨가하여 스트레오 음악을 즐기는 현장을 목격하게 된다. 녹음이 안 되는 녹음기, 말하자면 녹음기를 재생기로 패러다임을 바꾼 그 발상에서 소니는 세계최초로 워크맨을 개발하였다. 붙지 않는 풀, 녹음이 안되는 녹음기-그것은 낮타가 바늘귀로 들어가는 성경구절처럼 오역이 창조로 변하고, 잘못 찍힌 소수점이 블루투스를 때려눕히는 뽀빠이의 놀라운 힘이 되는 기적의 파편들이다.
달리나 뒤샹과 같은 초현실주의 화각처럼 혹은 신문지의 글자들을 주워 모아 시를 쓴 미래파 시인들처럼 우연을 잡하라. 그리고 허구의 F를 향해 낚싯줄을 던져라. 시인처럼 연인처럼 혹은 광기 어린 사람처럼 일상성에서 탈출하는 탈영병이 되어라. 그 행복한 우연의 오타와 오역 속에서 당신은 때때로 바늘귀를 향해 뛰어오르는 낙타의 놀라운 천국을 볼 것이다.
[생각 - 이어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