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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가 뭔지도 모르면서
    잡생각 2011. 1. 26. 12:42

    우연히 부산도시철도 홈페이지에 접속을 했다가 시 공모를 한다는 안내를 보았다. 시에 대한 지식과 시를 전혀 모르는 나에게 무엇이 동기가 되었는지는 뻔하다. 백화점 상품권을 준다는 시상문구에 눈이 번쩍•<>•

    오케이 도전해 보자!

     
    나에게 있는 그리고 누구에게나 있는 '준비해서 하자' 라는 잘 준비 할 듯한 자기 겸손과 배려가 있지만 결국은 미루는 것으로 마무리하는 요상한 자기 합리화의 습관이 속에서 나오려 할때, 바로 그때

    지금 하자!


    라고 결심하고 모니터를 보며 키보드를 두드리기 시작했다.
    나의 시 수준으로 말할 것 같으면 당시 국민학교 6학년 일기장에 미뤄진 일기를 채우기 위해 '선풍기'라는 시(절대 시라고 할 수 없는)를 적었다. 그 일기장이 아직도 내 책꽂이에 꽂혀 있는데 우리 가족이 그 일기장을 읽고 초등학교 6학년이 썼다고 하기에는 내용도 어휘도 표현력도 너무도 덜떨어진 시에 배를 잡고 웃었다. 지금도 가끔 기분이 우울하면 내 시' 선풍기'를 읽으며 웃는다. 여기서 그 시를 밝히기에는 너무 부끄러워 못하겠다.
    이런 내가 큰 공모전은 아니지만 공모를 생각하고 글을 쓰기 시작했다.

    결혼을 하고 지하철을 타는 시간이 엄청 많아졌다. 신혼집을 양산에 마련하고 직장은 하단이었다. 버스를 타고 노포동으로 나와서 종착역에서 반대편 종착역까지 가야한다. 한자리에 거의 1시간 이상을 앉아있는 것이다. 그리고 옮긴 두번째 직장 거기도 만만치 않다. 1, 2호선 을 환승하며 한시간, 다음 직장은 1,2,3 호선을 타고 한시간 20분....
    자가용을 이동을 생각해보았지만 자가용은 라디오 정도만 들을 수 있을뿐 다른 지식작업은 전혀 하지 못하지 때문에 시간이 조금 더 걸리더라도 대중교통을 이용하게 되었다.
    이렇게 지하철을 타고 다니니 지하철에서 할 수있는 것인 책을 읽고 플래너에 메모하는 것이 나의 삶의 일부가 되었다. 그리고 이동하면서 지하철 만큼 이동과 함께 다른일(책읽고, 글쓰고, 묵상하고 등등)을 할 수있는 교통수단은 없는 것같다. 특히 나처럼 이동이 많은 사람에게는 더욱 그럴 것이다.
    이 스토리가 나의 시에 소제가 되어서 그자리에서 바로 긁적긁적 써내라 갔다.
    문학은 전공한 것도 아니고 조예가 있는 것도 아니자 생각하고 느낀데로 적어나갔다. 나의 생활이고 나의 습관을 함축된 글고 나름의 운율로 적었다.


    그리고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메일을 보냈다.
    ㅎㅎㅎ
    그리고 얼마후 전화로 연락이 왔는데 우수작으로 당선이 되었다는 것이다. 상품권과 함께 나의 시가 지하철역에 전시가 될꺼라는 웃지못할(?) 당선 소식에 정말 웃음만 나왔다. 이 웃음을 아내에게 전했다. 아내는 오빠가 평소에 책도 많이 읽고 글쓰는 연습을 해서 이런 결과가 나왔다고 나를 격려하고 칭찬했다. 역시 우리 아내....

    어제 아침 너무도 우연히 보게된 나의 시앞에 섰을때 부끄러움아 가장 컸고 또 뿌듯함도 함께 느꼈다. 작은 이벤트이지만 나에게는 또하나의 카이로스로 남아있을 듯 하다. 내가 한 걸음 더 가야할 인문학 분야에 약간의 흔적을 남기에 되어 기쁘다. 나의 지금 가는 길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이 확인되는 것 같아 그 또한 마음에 평안이 있다.

    시가 뭔지도 모르면서 도전 했지만 뜻밖의 카이로스에 감사할 뿐이다.


    iPhone 에서 작성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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