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양산시 웅상읍 평산리
작년부터 인가
평산리에서 평산동으로 주소가 승격되었다.
아파트도 많이 들어서고 인구도 많이 유입되어서이다.
그래도 집으로 올라오는 길에 밭에는 무우가 굵직하게 종아리를 드러내고
깻잎 콩 배추 등 장날에 내다팔 야채밭이 꽤 넓게 펼쳐져있다.
공기가 좋고 아직고 읍내의 냄세가 나는 곳이다.
1시간 30분의 퇴근길을 50번 버스 정류장에서 도장을 찍고
집으로 걸어오는길 8시가 다되어가는 시간
어둑해진 가로등 밑에 고양이 한마리가 어슬렁거린다.
아! 고양이가 아니다
'토끼다'
이놈의 토끼가 어디서 나타났는지
도로로 뛰어들려다가 차가 내려오는 바람에
다시 길 모서리로 어슬렁 거린다.
'잡아야겠다'
어깨에 맨 가방을 가위로 울러메고
살며시 다가간다.
잽싸게 반대편으로 도망가는 토끼
길가에 세워진 차밑으로 숨는다.
차 뒤편으로 다가가니깐 다시 반대편으로 달아난다
1미터 앞에 토끼가 있다.
'가방을 풀어서 집어 던지면 가방에 눌려서 잠시 머뭇거리는 사이 잡으면 되겠다'라는
순간적인 생각을 하고 가방을 잽싸게 던졌다.
그리고
역시 토끼는 토끼다. 빠르다. 금새 폴짝 폴짝 뛰어서 저만치 간다.
그래도 포기할 수 없다.
잡고 말리라......
잡아서 어떻게 할진 생각도 안해봤다.
어쨌든 잡고 싶다.
어릴쩍 시골에 살때 새벽에는 애벌레에서 갓 나온 잠자리를
저녁에는 1주일 살기 위해 하얗게 껍질을 까고 나오는 매미를
강가에서 올챙이를 콜라병가득 채우고 개구리를 잡아서 뒷다리 구워먹고
갈대 밭에서 들쥐(그냥 작은 동물이 좋았나보다)를 잡던 개구쟁이 나였다.
이렇게 토끼 뒤쫓기를 10여분 내 주위를 이리저리 도망하던 토끼가
밭으로 뛰어 들어가버렸다.
'에이~'
나는 허탈하게 토끼를 보는데
토끼도 나를 본다.
이놈이 무슨 생각으로 날 보는진 몰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