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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차를 내고 하루를 쉬었다.
이런 불경기에 월차라는 것이 좀 미안하긴 하지만
엊그제 새벽까지 강의 준비로 몸이 피로에 젖어 있었다.
얼마나 피곤했던지 몇 해 없던 가위에 눌려 무서운 밤을 보냈다.
그리고 맛보는 휴일
12시까지 푸~~ㄱ 잤다. 깨어보니 12시
아내가 배 고프지 않냐고 계속 묻는다.
‘배 안고파’ 잠질 대답으로 다시 이불 속에 몸을 꼬깃 꼬깃 숨긴다.
그래도 하루를 이렇게 잠만 잘 수가 없다.
미뤄둔 집안일(?)을 좀 해야한다.ㅋㅋ
먼저 애기 기저귀가 가득한 쓰레기 통을 일반쓰레기 봉지에 꾹 꾹 눌러 담아야한다.
1원이라도 아끼기 위해서 누르고 눌러서 기저귀가 터질만큼 꾹 꾹 눌러담는다.
모아둔 음식물 쓰레기를 버리지 못해 냉동실에 넣어뒀는데 꺼내서 버릴 준비
설거지를 하고 싱크대에 있는 음식찌꺼기도 모두 모은다.
베란다에 모아둔 각종 재활용 쓰레기 – 박스, 종이, 캔, 플라스틱, 펫트병, 비닐 – 도 한곳에 몽창 모아서 꺼낸다.
한번에 다 들고 나가야한는데 과연 될까? 역시 무리다.
아내도 함께 나가고 싶어한다. 얼마만에 외출인가? 아내랑 장보러 가는데 참 오랜만이다.
(아기가 아직 어려서 밖에 나가는 것은 물론이고 사람들이 모이는 곳은 더더욱 피한다.
그러다 보니 나랑 함께 나가지 않으면 집 밖에 한 발짝도 나가지 못한다.
일주일에 한번 나가고 6일은 집에 꽁꽁 묶여산다. 생각만 해도 가엽다.
그래서 내가 집에 있는 아내에게 재미난 남편이 되고 싶다.)
1차로 아내랑 아기랑 그리고 A/S 받아야 할 밥솥은 먼저 차에 실었다. 일반 쓰레기도 함께
그리고 2차로 각종 재활용 쓰레기와 음식물 쓰레기를 가지고 나와 잽싸게 분리수거 쓰레기 장에 버린다.
다음 일반쓰레기통에 채은이의 똥기저귀 폭탄 투척 ㅋㅋㅋ
2시반 햇살이 좋다. 바람도 살랑 불어 온다. 아기에게는 햇 볏을 보이면 안된다. 속싸게로 꽁꽁 싼다.
아기랑 아내랑 뒤에 태우고 마트로 출발~~
쿠쿠밥솥서비스 센터에서 교체할 고무바킹을 사고 아내는 마트로 들어갔다.
내가 들어갈려고 했는데 아내가 가고 싶어한다. 함께 가면 좋겠지만 아기가 마트 안으로 들어가는 것은
좀 위험할 것 같아서 둘이서 차안에서 엄마를 기다린다.
장보는 시간 30분, 아기는 계속 잠만 자고 그 사이 나는 본가 어머니께 전화를 드렸다.
편안한 휴일을 보내고 있다고 안부전화를 드렸다.
아내가 장을 한보따리 들고 나온다. 마티즈에 실고 집으로 곧장 왔다.
이제 시작된 집안일 ㅎㅎ
무서운 저녁 요리 시간이다.
미역국을 끓이기 위해 멸치와 다시마로 육수를 만들고 미역을 물에 불렸다.
그 사이 짜장 소스를 만들기 위해 감자, 오이, 양파를 까고 마늘을 다졌다.
아내가 짜장 소스를 만든다.
헉!!! 달달 볶던 야채가 다 익기도 전에 춘장을 한바가지 넣어버렸다.
짜장이 아니라 날야채춘장뽁음(?)이 되었다. 맛을 보니 역시 짜다. 진짜~~짜다
이상한 표정으로 아내를 쏘아붙혔다. 처음 하는 거라 몰랐다는 아내의 답변.
버려야하나?
다시 시도하는 아내 야채를 조금 볶고 춘장도 조금 볶는다.
그래도 영~~~ 짜장이 아니라 춘장볶음 같다. 기름이 없는 뻑뻑한 춘장볶음 ㅋㅋㅋ
미역국은 나의 담당. 미역과 조개를 참기름에 조금 살살 저으면서 볶는다.
그리고 육수를 조금 넣고 3분간 닭힌다.
그리고 나머지 육수를 충분히 붓고 국간장과 마늘로 간을 맞춘다.
팔팔끓인다.
그리고 맛본다.
역시 최고
A/S밭은 밥솥이 이제 제 역할을 해준다.
맛있는 저녁식사 시간. 춘장볶음(?)과 맛난 밥으로 두그릇 뚝딱 ㅋㅋ
그리고 다음 일이 나를 기다린다.
채은이의 목욕시간
목도 못가누는 채은이의 목욕은 내몫이다.
아기를 씻기는 것은 너무 좋다.
보들 보들 아기 피부와 향긋한 아기 냄새
나랑은 너무 다르다.
아빠가 아기를 씻겨주는 것은 아빠의 특권이고 행복이다.
매일 씻겨서 좀 힘들긴 하지만 ㅎㅎㅎ
이제 대망의 하이라이트
오늘은 KBS에서 오아시스 출현한 방송을 하는 날이다.
8시 두근두근 아내가 긴장을 한다.
못 낫게 나왔을 까봐 너무 쑥스러워한다.
그리고 우리의 등장, 나는 역시 깊은 주름으로 연신 웃기만 한다.
아내가 나의 칭찬을 해준다. 너무 감사하다.
본가에 부모님도 함께 보시고 어머니는 우셨다. 그냥 우셨단다.
우린 너무 웃겨서 어쩔 줄 몰라했는데
방영을 마치고 아내의 옛 친구에게 연락이 왔다.
‘ 너 뭐냐?’ ㅋㅋㅋ 결혼한 걸 이제야 알았단다.(벌써 애기까지 있는데)
이렇게 재미난 휴일을 보내고 늦은 저녁 잠자리에 든다.
여전히 아기랑 엄마는 침대방, 나는 마루방에서 잔다.
침대에 함께 눕고 싶은데 나도 불편하고 아기도 불편해한다. 계속 낑낑댄다.
비좁다고 내려가라는 것 같다.ㅋㅋ
이렇게 나의 휴일은 끝이난다.
이런 행복이 내게 있다.
누군가를 위한 내가 있다는 것이 나의 존재를 굳게 확인시켜준다.